연애의 온도 정말 잘 봤다. 정말 현실적인 거 표현 잘 해준 것 같다. 재미 없고 지루하고 계속 똑같은 걸 되풀이하는 연애라는 걸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줬는데. 그런데도 영화가 이렇게 재밌다니. 그래도 영화니까 극적인 게 있었기 때문? 아니 아니. 이건 정말 현실적이다. 사실 연애하면서는 이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비일비재 한 거 같다. 상식적으로 혹은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을 자기도 모르게 저지르고 다니는 거. 절대 나는 안 그럴 거 같지만, 절대 그런 짓은 안한다고 장담하지만 결국 그 상황이 되면 해버리고 만다. 그 창피한 짓을.
그래서 이 영화가 평범한 현실 연애를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이렇게 재밌을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 물론 중간 중간 위트 있는 요소들이 많아서 맛깔난 것도 당연히 있고. 암튼간에 참 잘 만든 영화. 대사도 다 너무 좋다. 정말 현실적이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런 대사들이다.
사실 참.. 연애란 뭘까.. 참.. 에혀... 하면 하기 싫고 안하면 하고 싶고. 좋다고 자랑질하고 다니다가 미친년처럼 질질 짜고 다녔다가. 어쩌라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연애. 답이 없다 싶기도 하다가 오늘 보니 나에게 참 이상한 증세들이 발견되어 몇 자 적는다.
사귀고 있는 데도 정말 좋아서 만나는 건지 모르겠는. 만나기 싫은데 좋은 척하면서 왜 사람 피를 말리는 지 묻는 김민희가 어쩜 이렇게 이해가 잘 되는지 그거다. 그런데 이민기는 뭐라고 했더라? 처음에는 이민기가 뭐라고 얘기했는데 나는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안되는 거다. 이게 여자의 입장이라는 걸까? 뭐가 그렇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저러는 건지. 이민기 속에 뭐가 들었는지 정말 모르겠는 거다. 사실은 지금도 긴가민가하다.
그래도 암튼 그걸 보면서 든 생각은 둘이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거. 상대방이 혹시 실망할까봐 하기 싫은 것도 억지로 해가면서 배려하고 그러는 거 말이다. 하기 싫은 것도 해가면서 배려하는 이유는 좋아하니까다. 상대방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고 좋아하니까 그렇게 하는 건데 그런 사실은 보이지가 않고 억지로 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이는 거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기 자신도 똑같이 좋아해서 배려하느라 억지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방 역시 그렇게 똑같이 억지로 하는 걸 느끼고 있었을 거 아닌가.
이게 다 배려심 때문이었다니. 배려로 점칠된 나같은 인간은 나가 뒤져야 함. 지금까지 연애할 때마다 느끼는 건 바로 그거였다. 내가 너무 배려 쩐다는 거. 그거 때문에 모든 게 실패하는 거라는 거. 그걸 알면서도 그 배려를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는 생각을 제대로 못해본 거 같다. 상대방 눈에는 걍 억지로 하고 있는 것만 보일 수도 있는 거였는데. 나는 그저 내 입장에서 널 위해주고 있는 거잖아 라고 생각했으니. 이게 왠 병신 플레이?
그딴 건 배려도 아니다. 그런 건 정말 배려가 아니야. 미움 받을까봐 걍 벌벌 떨고 있는 것 뿐인데. 이건 진짜 걍 타고난 거라 훈련이 필요할 정도다. 연애에 국한된 게 아니라 대인관계 전반에 작용하고 있는 문제라서 이제 정말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걸 진짜 진심 훈련해야 할 거 같다. 문제는 하기 싫은 게 없다는 거지만.. 게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하자고 하면 하기 싫다가도 하고 싶어지는 거잖아...;; 암튼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사실 진짜 배려란 건 그딴 게 아니고 다른 것들이다. 말로 표현하자면 챙겨주는 거? 근데 난 또 거기에 잼병이잖아? ㅋㅋ 모야 썩을.. 안좋은 거 다 갖췄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아주 작고 사소하지만 나를 챙겨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그게 정말 감동이었는데. 왜 나는 그런 걸 잘 못할까? 왜냐하면 나는 정말 나 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헤어질 때마다 듣는 소리인듯.. ㅋ; 씁쓸하군. 왠지 지난 애들에게 미안해지는구랴. 그땐 정말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래서 내가 다시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면 나는 잘할 수 있을까? .....그보다 먼저 남자는 만날 수 있을까? ㅋㅋ 아.. 나.. 서른이야.. 대박.. 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