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지난 주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놀고 들어와서 컴퓨터를 켰는데 켜졌다 꺼졌다를 또 반복하길래 손을 봤다. 원래는 그래픽 카드 살짝 뽑았다 다시 키면 잘 됐었는데 계속 안되는 거다. 근데 진짜 드라이버 가꼬와서 나사 풀기가 너무 귀찮은 거임. =ㅂ=
내가 이 컴터와 함께 해온 세월이 벌써 어언 3년이 넘었는데 그간 매번 같은 문제를 겪으면서도 그래픽 카드를 한 번도 나사 풀러서 빼보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은 내 문제다. ㅋ 하지만 그동안은 그렇게 안해도 잘 돌아 갔으니까. 근데 암튼 그 날은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나사 풀고 그래픽 카드 다시 빼서 낀 다음에 사용했더니 당연히 겁나 잘 돌아간다. ㅋㅋㅋㅋ
사실 이건 그래픽 카드 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 치과에 간 일도 그렇다. 내가 이가 시린 지가 어언 6개월은 넘었을 거다. 그런데 병원이라고 하면 보통은 내 근무 시간과 일치할 거라고 생각하고 일 하는 중간에 빠질 시간이 없으니까, 게다가 토요일에는 오전에 일어날 수 없으니까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 가지 않았던 거다.
어제 보니 치과도 병원 마다 늦게까지 진료하는 데도 있고, 주말에 하는 데도 있고, 내 퇴근 시간 후에도 하고 그러더라. 게다가 내가 일하는 사무실 건물에도 치과가 있었다. 무려 오후 7시까지 진료하는 치과가... 그러니 퇴근 후 잠깐 들러 치료를 받으면 되는 거였는데 그렇게 안한 거다. 왜냐면 몰랐으니까. 몰랐던 이유는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으니까.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은 이유는 귀찮으니까다.
사실 보통 원인은 참 잘 진단한다. 내 컴퓨터 문제는 당연히 그래픽 카드가 잘 안 껴져서 그렇다는 거 알고 있었다. 이가 시린 것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그 해결 방법도 알고 있다. 게다가 그 해결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그런데도 나는 그걸 다 아니까 오히려 안한다. 참 재밌는 일이지. 다 아는 것들은 그닥 심각하지 않은 문제고 언제든지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금방 해결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같은 문제를 오랫동안 끌어안고 가야 하는데도..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심리 현상의 하나일 거라고 생각한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더 헤이해진다는 게 이런 걸까? 사실 이 문제가 나에게 진짜 심각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잠. 이게 가장 큰 문제다. 다른 건 다 그렇다고 쳐도 잠은 내 생활에 정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친다. 나는 보통 일을 하거나 할 때 절대 졸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심지어 일부러 자려고 해도 잠에 들지 않기 때문에 밤에 잠을 못자면 어떤 방식으로도 잠을 보충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만큼 몸에 피로가 쌓이고 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다.
근데 문제는 이걸 다 안다. 내가 몇 시에 자야 쾌적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지각 안하고 안전하게 출근할 수 있는지. 근데 이것만 아는 게 아니라 더 알고 있어서 문제가 생긴다. 내가 아무리 늦게 일어나도 최대한 빨리 준비하고 시간 맞춰 나갈 수 있다는 사실. 아무리 늦게 자도 결국 출근하기 위한 시간까지는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 운만 좋으면 차가 바로 바로 오고 밀리지도 않아서 금방 도착 할 수도 있다는 사실.
이런 사실들을 하나씩 하나씩 알아갈 수록 내 취침 시간은 점점 더 늦어지고, 기상 시간도 따라서 점점 더 늦어져서 원래 5시 반에 일어나던 것이 이제는 7시 40분까지로 늦춰졌다. 일년 간 쌓인 정보가 결과적으로 이런 결과를 낳은 거다. 자, 이제 이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럼 나는 앞으로 또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